누가 이기나 보자
누가 이기나 보자
이젠 만년 부장이다. 더 오를 길없는 마지막 위치이다. 그나마 전 사장 덕에 여기까지 왔지만, 사장이 떠나고 나이 어린 것이 후계자로 상관행세를 한다. 그런데 어찌 내 마음을 아는지 이사 자리도 쳐다보지 못하게 한다.
그래 나야 눈치보고 처자식 지키고 살려면 한 달이라도 더 붙어야 하고, 연봉 불려 퇴직금 한 탕 쓸고 가야한다.
만일 퇴직금에 두둑히 챙겨 정리해고해 준다면 먼저 리스트에 올려 줄 것이다. 고맙게
요즘 사장이 실적이 없다고 다구치면서 돈들고 이사하라고 손을 내민다. 미쳤냐? 나도 살길은 찾아가려는 것을 꼴같지 않은 곳에 쳐박아야 누구 좋을 일만 있겠냐? 이런 내 마음도 알터인지, 불경기라 퇴직해서 할 것없다고 다 아는 소리를 떠들어댄다. 경기 안좋은 걸 알면 그만 쪼던지.....
하지만 정말 생각보다 실적이 너무 안좋아지고 있다. 이제까지 회사가 한두번 고비를 넘겨온 것이 아니다. IMF도 금융위기도 수차례 경제공황도 넘어왔지만, 점점 더 버티기 힘들어지고 있다. 안좋아도 여기 빼서 저기 막으면 되겠지만, 이제 한두곳에서부터 막히더니 막힌 곳들이 더 많다. 사장은 여기저기 융통할 것이 있겠지만, 직장인은 어쩌나? 그래도 매꿔주는 사업장이라 아직까지 버티어왔다지만 내가 원해서도 사장이 원해서도 아닌 결정으로 퇴직금까지 날리면 어쩌나 싶다.
물론 사장도 이런 준비도 안한 것도 아니고 나도 준비없이 맞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답답하고 아차하는 것도 시간문제처럼 시간이 가고 있다.
내게 새로운 사업을 하면서 사장 대행도 생각해 보고, 창업으로 새 아이디어를 대신해 보지만 쉬운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당장 사장이 아차 하면 나는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해야 한다. 주변업체에 이사로 가려면 확실한 것으로 재기할 만큼에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텐데
이번에 사장이 새 프로젝트가 있냐고 묻더군. 잠시 내 마음을 떠보나?
아니요! 지금 현 상황에서 조정할 것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 지금 당장 말씀드릴 것이 없군요.
아무래도 사운을 걸 시도가 필요합니다. 저 혼자 고민해 보는 것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하셨을 때는 어떻게 하셨었나요?
그 당시에 신제품과 새로운 시장에 연구를 더 하라고 하셔서 연구에 열심했었지요.
그럼 지금도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그 당시에 부장님이 좋은 시장을 개척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또 한번 회사를 위해 힘 써 주세요.
네 고맙습니다.
그 때는 일한 만큼 보상이 분명했지. 급하면 더 보상을 먼저 제공하지, 그냥 나오는 것이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마음이 더 답답하다. 언제 짤리지 모르면서 불안한 도전에 누가 뒤에서 받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복지부동으로 버틸 뿐이다.
사장은 능력으로 버티던지, 내 외줄타기가 더 버티던지. 누가 이기나 내기를 하는 것만 같다.
회사가 있어 서로 밥 먹고 산다지만, 회사가 버티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직원이 더 버티면 좋은 것인지?
직원이 버티기 힘든데, 직원이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회사가 버틸수록 시장과 일하기는 더더욱 치열하게 황폐한 직장이 되는 것이 고작이지 않은가?
직원을 위해 투자를 하던지? 직원을 위해 파산이라도 하면 경제는 돌고 시장은 돌아간다.
그런데 저 살자고 너나 나나 자기 살길 찾아 버티고 있으니 누가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있겠는가?
사장도 뒷돈 빼돌리는 눈치다. 언제 부도 낼려고 그러는지.
그럼 나도 부도 나기 전까지는 버티겠다. 한 푼이라도 집에 가져가고 실업 수당이라도 챙겨야 되지 않겠는가?
드디어 사장과 직원 간에 소모적인 신경전이 시작되기 시작했다.
누가 이길까? 사장이 이길까? 직원이 이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