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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우런 군만두

우태닝 2016. 2. 23. 11:44

누우런 군만두

 

멀리서 오랫만에

시집간 누이가

제사날 날 잡아와

조기를 밤새 준비하고

새벽 잠을 잊으며

석쇠에 구운 굴비처럼

나근나근한 흰 통에

소담히 담긴

누우런 군만두

 

언제나 지척에서

친정 집을 그리워 하건만

오는 손 길은 가벼울 수가

없었구나!

 

그리고 돌아서면

무거운 발걸음이었을 뿐

 

지친 시댁 살이에도

언제든 돌아 볼 친정 집 소식은

먹고나면 돌아서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누우런 군만두

 

흰 통 담긴

가지런한 희고 누런

조기같은 군만두 꾸러미

어느 때부터 준비해서

담가 온 붉은 김치

 

무턱대고 다가 온

시장한 손 길은

조기 한 마리를 통째로

입 속으로 들어간다

숨겨진 누이의 시간들을

헤아리지 못한 채

 

만두피는 미국에서 왔나

두부 콩은 국산일까

당면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런데 이 매운 맛은 무엇인가?

전에 없던 맛이다

맵다하는 입이 있어도

계속 부르는 손은 모른다

 

오랫동안 이 맛을 잊지 못하게 하는 것은?

누이가 어찌 만들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속에는 무엇이 들어갔지

만두피는 어찌해서 이리 졸깃하지

그리고 이 깊은 맛은?

입 속으로 통째로 들어가느라 알 수가 없었다

 

저 몽골 벌판에서

외롭게 뼈를 우려낸 붉은 땀

손자를 위해 준비하는 손길

온 가족을 위해 배경이 된 엄마 손

동생을 위해 희생했던 누이의 손

저 벌판을 채운 빈 공간은

너무나 깊고 아프다

온 몸으로 통째 삼켜버린

누우런 군만두들

 

빈 통과 김치 주머니와 남긴 나무 젓가락

그리고 깨끗이 정리된 자리

 

참 오래동안

만두 만드는 것을 몰랐는데도

그 누우런 군만두는

잊어지지가 않는다

그 만두에는 또 무엇이 담겼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