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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맛

우태닝 2017. 7. 1. 20:51

후덥지근한 방안 공기를 내보내기 위해

창문과 문을 열어 제끼고 익숙지 않은 의자에 길게 걸터 앉아

젖은 도로위에 자동차 바퀴 달리는 젖은 소리에

우연히 스치는 바람같이 시원스럽게 불어와

상기 가득한 얼굴 열을 식혀 준다

 

한 때 이런 순간이 올까 생각했다

남산 도서관에서 고급 승용차에 스쳐 걸어 오르면서 먼 야경과 가득 채워진 빌딩 불빛에 웬지 초라했던 모습이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장충단 공원을 내려다 보이는 연회장에서

고글린에 가득 채운 얼음과 보리차에 샹뜨리아 불빛의 열기를 식히듯 비오는 서울 야경 숲길을 내리달리며 대리만족을 주었던 고급스러운 친구덕을 생각나게한다

 

언제나 내가 소유할 수 없는 자산이라지만

이 자산들에 실제 주인인양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 누구도 그리 부럽지 않게 하는 순간이 있다

 

그저 내 안에서 일어나는 열정을 잠시 식혀줄 작은 그 고요한 순간의 여유만으로도 무엇과도 쉽게 바꿔지지 않는 삶의 연속만으로도 내 삶은 나만의 독특한 맛이 있다

 

내 몸의 작은 열기에 주변의 바람들이 다 밀려오지 않음 때문인지 지금 어떤 바람도 이 열기를 다 빼앗아 가지 못한다는 것에 이 바람 맛에 산다. 어느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