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게으름 피우기 좋은 날

오늘은 게으름 피우기 좋은 날

 

추석 갈 준비도 다했고

내일 성묘 갈 준비도 됐고

일도 사랑도 열정도 접어두기 딱 좋다

어느 누구도 찾지 않아 마음둘 것 없고

좀 부족해도 그리 여유가 없어도

신경 쓸 것들도 없다

그저 좀 더 무심해질 일만 남았다

뭘 하든 뭘 신경 써도 바꿀 것도 없다

일어나서 더 뒹글고

일어나 딴 자리 만들어 뒹글고

뒹글다 눈요기 맛요기 공기요기 좀 하고

잠시 걷다가 빈 의자에 시간요기 하다

스치는 무언가에 바람타듯

눈을 감고 어슬렁 멋모르듯 따라가 보자

나도 모르게 시장엘 왔다가

어느새 공원 밴치에 기대고 있다

낮은 산 작은 언덕 뒤로 내 지나온 길들이

갈 길을 보여주니 잠에서 깨네

그래도 오늘은 다시 잠을 재촉해도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