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닝 2018. 1. 19. 10:30

나태함

 

아침 지하철 안에서 졸고 있는 사람

현대에 빠른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간은 너무 나약하다. 언제나 자신보다 더 한 단계 높은 위를 향해 노력하고 또 그 다음 위에 있을 것같은 보상을 생각하며 계속 그보다 낮은 노력과 보상들이 반복되다보면 어느 새 나태함 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 끝없이 쏟아지는 피곤. 결국 잠시 한순간에 휴식은 필요하고 그 순간을 위해 사는 현대인. 낮 시간에 깨어나 밤에 잠을 잔다. 긴 노동과 긴장이 낮에도 잠을 자게 한다. 늘 자신보다 한단계 필요는 더 많은 피로를 부른다. 그러나 밤에도 일하고 낮에도 자고, 낮에 잔 피로로 밤에 풀고, 그리고 풀리지 않는 피로는 더 강한 욕망을 부른다. 성공과 성취. 그리고 더 높은 학력과 자격. 그리고 더 보상과 섹스와 더 강한 지배력. 언제나 이 보상은 나태함과 잠이다. 그 결과는 죽음를 향해 가는 고속 열차. 늘 지하철에 익숙한 졸음을 즐긴다. 쇼파에서 침대에서 카페에서 극장 의자에 공원 벤치에서 휴양지 안락의자에서 나태함을 즐긴다. 호화로운 유람선에서 고급 호텔에서 값비싼 레스토랑 탁자에 술들과 향신로들과 더 깊은 나태함에 빠져들게 하는 음식들. 사치스러운 보석들과 비싼 브렌드 악세사리. 나보다는 누군가 알아줄 남이 디자인해 준 내 의상 이미지들로 대신하며 중독에 빠지듯 나태함을 즐긴다. 즐거운 놀이 후에 나태함. 힘차고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이후의 나태함. 빠른 일과 속 이후에 즐기는 시간들 이후의 나태함. 강박감에 사로 잡힌 성과 그 해방 이후 나태함. 짧고 긴 여행 반복 속에 기다림과 고속의 괴력에 취하듯 기다림과 대기같은 나태함. 죽음으로 가는 열차일까, 다시 되돌아오는 시간여행일까? 늘 일상의 지하철일까?

잠시 걷다가 쉬고 좀 달리다 앉고 지칠 시간에 잠을 들어 다시 깨어 잠시 짧은 삶들이 연속이다. 나태함도 나르시즘도 취할 것없는 노동과 즐김 속에 늘 배우고 늘 다시 시작한다. 지침도 피로도 없이. 어느 순간에 나태함이 모든 쾌락이 되어버렸지만, 늘 이런 죽음으로 가는 열차가 아닌 늘 다시 깨어나 또 태어날 것없는 시간 흐름에서 벗어남도 구속함도 없는 자유이었지만, 어느 새 찾아 온 이 나태함. 욕망에 지쳐 잠시 작은 피로에 휴식같지 않은 휴식으로 이 나태함을 즐긴다. 고독의 향과 축축 젖어든 냄새들에 멈추워 기대고 앉아서 인공과 자연을 구분하며 마취제에 잠이 들듯이 스스르 눈을 감아 본다. 또 다른 시작이 또 시작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