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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로터리

우태닝 2012. 7. 16. 15:37

혜화동 로터리

우태닝

굴레방 다리 밑에서 버스를 타고

혜화동 지하 연습실을 찾았다.

학창시절이 부끄러워서

 

혜화동 이쪽저쪽을 바라보면서

무심코 걷는 모습이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모습을 들어내기가 부끄러워서

 

긴 고가 밑을 언제나 빙빙 도는 모습에

현실은 힘겹고 이상은 높기만 해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다시 혜화동을 찾았다.

구역질나던 책을 돌고 돌았다.

그리고 책에 더욱 부끄러워졌다.

 

또 로터리 근처에 취직을 했다.

큰 기업은 날 더욱 초라하게 했다.

더욱 초라해 부끄러웠다.

 

나도 모르게 찾아 온 길에서

힘과 자유가 이리저리 밀리는 모습을 보았던

바로 그 혜화동 로타리에서

 

고가 없는 길에서

다시 돌고 또 돌고 있었다.

부끄러운 내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