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로터리
우태닝
굴레방 다리 밑에서 버스를 타고
혜화동 지하 연습실을 찾았다.
학창시절이 부끄러워서
혜화동 이쪽저쪽을 바라보면서
무심코 걷는 모습이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모습을 들어내기가 부끄러워서
긴 고가 밑을 언제나 빙빙 도는 모습에
현실은 힘겹고 이상은 높기만 해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다시 혜화동을 찾았다.
구역질나던 책을 돌고 돌았다.
그리고 책에 더욱 부끄러워졌다.
또 로터리 근처에 취직을 했다.
큰 기업은 날 더욱 초라하게 했다.
더욱 초라해 부끄러웠다.
나도 모르게 찾아 온 길에서
힘과 자유가 이리저리 밀리는 모습을 보았던
바로 그 혜화동 로타리에서
고가 없는 길에서
다시 돌고 또 돌고 있었다.
부끄러운 내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