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놀려주면 안될 것 같구나
학교가는 것만큼 싫은 적이 또 있었을까
또 지각을 하고 말았다.
교실 뒷 문으로 들어가려고 구석진 계단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신발장없는 벽에 예쁜 글씨로 누구와 누구 사이에 하트가 써있었다. 교실 뒷편 학급 칠판에 있는 글씨와 색칠로 그려있는 모습이다.
누가 놀려주는 것도 아니고 질투나 시기도 아닌 예쁜 고백과 같았다.
한 놈은 내가 매번 놀려주는 친구 놈이고 여자 애는 새로운 짝이다.
여자들 사이에 인기 많은 이 놈은 이런 놀림과 장난에도 별로 반응하지 않아서 더 열심히 이 애 저 애로 골라서 얼라리꼴라리로 놀려주었다. 그래도 별 신경쓰지 않는 내 좋은 친구였다.
여자 애는 아직도 어린 여자아이다. 몇 애들은 옷도 어른처럼 다른 모양에 옷을 입는데 이 짝은 남자 애가 입어도 비슷한 옷이다.
전에 짝은 남자 애들이 많이 놀렸다. 그리고 남자 애들하고 자주 싸웠고 나도 싸웠다. 특히 전에 짝이 달리하는 모습에 아이들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그때 말로 들은 장면을 처음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충렁되어서 입과 눈이 저절로 벌어졌다. 여자 애들이 남다르게 예민한 줄 모르고 사소하게 싸우면 안되는 줄 알았지만 더 조심할 기회없이 새 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제 나도 선생님 신경쓰지 않기 위해 더 조심하려고 했는데 또 지각하고 말았으니 걱정이다.
교실에 들어서니 떠들석 한 걸 보니 아직 선생님이 들어오시지 않은 것이다.
내 자리에 앉으면서 옆짝을 슬쩍보았다. 자기 옆줄에 남자 친구를 슬금 건너 보는 것을 보였다. 나도 모르는 척 짝과 눈이 마추쳤다. 무언가 살짝 놀란 눈이었다.그리고 유별나게 입술을 쭈그리고 있었다. 그때는 그냥 그런 줄 알고 넘어갔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야 정훈아 미정이랑 좋아한다고 일층 벽에 써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벌떡 일어나더니 "나 애 안좋아해!"하고 교실 뒷문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놀리려고 한 것이 아닌데 놀리는 것이 되고 말았다. 내가 또 꾹 참았어야 했다고 뉘우치게 했지만 늦어 버렸다.
짝은 그냥 앉아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 예뻐보였다. 사랑을 하면 예뻐져요라는 노래가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교실 뒷편 학급 게시판을 보았다. 새 학급이면 다시 만들 때 이 짝이 새로 전학 온 친구라 전학교에서 잘 만들었다고 해서 함께 만들라고 해서 짝에 흔적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옆짝 공책을 다시 보았다. 좀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해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짝이 다른 노트를 책상에 가방에서 꺼내어 올려놓았다. 노트 겉표지에는 이름이 예쁘게 적혀있었다. 그리고 하트 그림도 그려져있었다. 유난히 핑크색을 좋아한 아이라는 걸 알았지만 정말 핑크색 글씨가 예뻤다.
1층 벽 글씨와 너무 닮았다.
이번에는 다시는 이런 말을 하면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슬쩍 다시 짝을 보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시선이 짝 공책에 고정이 되었다. 짝이 화들짝 공책을 엎어버렸다.
나는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고개만 돌리기만 했다.
이제 이런 걸 말 해도 안 되고,
이제 놀려주면 안 되는 것을알게 해 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교문쪽 문으로 다 나갈 때에 나는 뒷문으로 나와 일층 현관으로 나왔다. 신발장 없는 벽에 낙서가 지워져있었다. 그런데 다 지워지지 않고 흔적이 남아있었다. 예쁜 색은 긁혀있지만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다 알 정도였다. 좋아한다는 걸 다 숨기고 싶지 않은 것인지, 다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 없는 것인지.
더 지져분하게 글씨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 지금 기억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