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
요즘은 귀신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고들 한다.
귀신은 없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려 일부러 귀신 얘기를 하고, 겨울에는 추위를 이기려 아랫목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며 귀신 얘기를 했었다. 아무리 무섭다해도 뒤돌아보면 재미있었고, 그 뒤에 숨겨진 인간애가 더 두터워졌던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요즘은 갑자기 걸려 온 친구 전화도 부담스럽다. 멀어져 가는 인심과 무언가 무너진 현실에서 아무리 좋은 말을 하고 좋은 것을 보여줘도 무슨 죄를 짓는 것처럼 언제나 미안하고 부족한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은 묵직함만 느끼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잘 해 주고도 욕 먹을 것 같은 침묵은 물에 빠진 사람 살려내고도 잃어버린 봇짐마저 물어내야 할 심정이 먼저 앞서게 하니, 아무래도 생명보다 물질이 앞서는 시절이 된 것은 맞는 것 같다.
더 오랫동안 귀신마저 잊고 지내니, 사람들은 어디 한 곳도 숨거나 위안을 삼을 것조차 없는 물질의 풍요 속에서 인간이 더 무서워지고 있는 것은 다 사람이 돈이고 권력으로 뒤집어쓰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근거도 없이 남의 것만 수입해서 팔고 살아야 하는, 그래야 더 좋을 것 같지만, 더 힘들고 더 무서운 악귀들에 있는 모든 것까지 빼앗기는 것 같다.
뒤돌아보고 웃을 수 있는 것까지 잊혀지는 것이 아닐지? 악귀들에 눈 먼 인간들에 고향마저 잃을까 걱정 스럽기만 하다. 아무리 좋은 것도 더 나빠져 가는데 어찌 좋은 것만 말할 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