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예쁘다
그저 속아 넘어가고 싶을 만큼
아마도 나는 먼저 속고 싶었는지 모른다
여기서 달 저기서도 달 어디든 달
믿으라 했지만
수동적인 존재로
고통과 그 재앙을 떠맡을 뿐
차라리 먼저 속고야 말겠다
그리고 아닌 것은 분명히 아니다
들어나 모두가 아니라 하리라
달은 달인데 달이 아니라 하고
저 달은 달이라 맞다 하지만
무엇이 진짜 달인지 모르겠다
그냥 저달이 달이라고 믿지는 말고
저달이 달이라 속자 정말 속고 싶다
달이 아니라고 들어나면 달은 아니다
달은 예쁘기만 한데
저달이 달이 아니라 하는 뜯소리는 크고
저달이 맞아도 맞다는 소리는 고요하기만 하다
달은 슬쁜데 달이 아니라 하면 달이 아닌가?
달이 다 보았는데 달은 못 볼 줄 안다
달이 어떤 증언도 할 수 없으니 그냥 속는다